안락
안락
두목가 목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 그러나 나와 수제노는 대꾸할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발을 내딛었다. 내 창은 그 자의 머리를 노리고 뱀처럼 쭉 뻗어갔고, 수제노의 단검은 심장을 노리고 날아갔다. "으헉." 단검을 옆에 있던 사람이 쳐내고 내 창을 허리를 젖혀 피한 사나이는 기겁해서 비명 비슷한 소리를 냈다. 다시 몸을 꼿꼿이 세운 그의 이마에는 길게 일직선으로 상처가 나있었다. 살이 갈라진 곳에서는 조금 시간이 지나자 피가 흘러나왔다. 그 자는 소매로 피를 쓰윽 닦아낸 다음으르렁거렸다. "감히 우리가 누구인 줄 알고! 죽여버리겠다." "웃기는군. 죽을 사람은 바로 너희들이다." 이럴 때면 항상 내가 나섰는데 드물게 수제노가 나섰다. 수제노가 티는 내지 않았지만 동료들을 잃어 나 못지 않게 이들에게 원한이 깊었던 것이다. 우리들은 서로 말이 필요없음을느꼈다. 원하는 것은 서로의 목숨. 남은 것은 누가 살아남을지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서로를 노려보며 대치하던 우리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시에 움직였다. 창을 크게 휘두른 나는 상대가 몸을 숙여 피하는 것을 보고 뛰어오던 기세 그대로 뛰어들었다. 몸을 숙인 자의 어깨를밟고 올라선 나는 뒤쪽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창을 내질렀다. 그 자는 갑자기 앞이 뻥 뚫린 데다 창이 다가오자 검을 휘둘렀다. 마구잡이로 휘두른 검은 운 좋게도 창을 쳐냈다. 아주 쳐낸 것은 아니었지만 균형이 흔들려 공격이 빗나가버렸다. 나는 스치기만 한 창을 거두어들이고 밟고있던 상대의 몸에서 뛰어내렸다. 그 것과 동시에 옆에서 갑자기 다른 브러버드가 검을 휘두르며 튀어나왔다. 나는 칫소리를 내며 창대를 세로로 세워 그 것을 막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나에게 밟혔던 자가 허리를 노리고 들어왔다. 미끄러지듯이 옆으로 피했지만 이번에는 개구리처럼엎드려있던 자가 달려들었다. 적만 아니라면 칭찬해줄 정도로 서로간의 연계가 훌륭했다. 상대에게 합동 공격을 당했을 때의 철칙은 가장 약한 놈만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쓰러뜨리는 것이다. 세 사람에게 둘러싸인 나는 처음에 날 공격했던 자만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남은 두사람의공격은 대부분 그냥 놔둬서 여기저기 상처가 늘어났지만 급소만은 철저히 보호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보람은 있어 공격받고 있는 브러버드의 호흡을 뺐을 수 있었다. 그 자도 가끔 공격해오기는 했지만 오히려 내게 반격의 기회만 만들어줄 뿐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나와 마찬가지로그 자의 몸에도 작은 상처가 곳곳에 늘어났다. 하지만 아무리 급소는 보호하고 있다지만 나머지 상처들이 가벼운 것은 아니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위험했다. 나는 결정타를 먹이기 위해 어지럽게 쏟아지는 검들을 피하거나 막으면서 조용히 기다렸다. 상대는 갑자기 내 공세가누그러지자 한 시름 놓은 기색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호되게 당한 것 때문인지 남은 두 사람을 믿는 것인지 아니면 둘 다 인지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물러나면서 본능적으로 살짝 눈을 돌려 뒤에 장애물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피고 있었다. 그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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